태백산을 다녀와서
민족문화대학/역사 탐구 2011. 10. 12. 15:26몇 년 전 여름, 당일치기로 태백산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왠지 태백산이 나를 부른다 해서 회사 휴가 나온 김에 그냥 훌쩍 갔다 왔습니다.
시간이 없고, 알음이 짧고, 다리도 짧아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어 고즈넉하고, 한 정상 무렵에 있는 한 사찰이 크게 온 산이 떠들썩 하도록 틀어놓은 염불 소리가 오히려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태백산 가는 길에는 소도, 당골마을 이런 지명들이 보이는 걸로 봐서 오랜 기간 태백산이 우리 민족의 성지로 남아 있었던 것임과 아직도 면면히 이어져 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산과는 다르게 성스런 기운이 산 자체에 있어서 아직도 배달의 조상성신들이 태백산을 지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 세 사진은 한쪽 봉우리에 있던 탑들을 찍은 것입니다. 어디 딴 데서는 볼 수 없었던 이런 탑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과연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국적이기까지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렇게 탑쌓는 문화가 수메르까지 가서는 지구랏이 되었을 것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양도 똑같습니다.
삼층으로 되어 있는 탑의 모습은 우리 민족의 3수 철학을 상징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죠?
신비롭게도 이 단은 세 개가 있어서 각각 천단, 지단, 인단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방각 철학에 따라서 천단은 동그랗고, 지단은 각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태백산 천제단에 붙여 있던 팻말을 찍은 것입니다.
천제단 전면 사진입니다.
멀리서 본 천제단입니다.
이 사진은 천단의 내부인데, 지금은 대종교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종교 홈페이지에 가보면 대종교는 배달단군의 신교(神敎)의 종통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 기회에 이 신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것은 지단(地壇)입니다. 아쉽게도 천단에 비해서 훨씬 낮은 곳에 있고, 관리도 부실합니다. 이 때만 해도 땅보다 하늘을 더 중요하게 생각햇던 모양이에요. 천단이 훨씬 웅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혹은 후세에 재건축되면서 천단이 크게 지어졌을 수도 있지요.
이것은 장군단인데, 인단(人壇)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천단에서 좀 떨어진 낮은 곳에 있습니다. 지단에 비해서 오히려 튼튼해 보입니다.
뽑아보니 찍어놓은 사진 개수가 몇장 안되는게 한스럽습니다.
이 곳 태백산은 강화도의 마리산과 더불어 한반도 남단에서는 몇 군데 안되는 곳으로,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는 천제단이 있는 곳입니다. 신교 시대의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아직까지 신교의 맥이 완전히 끊어진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저는 이 천제단 자체에서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자신이 이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민족 반만년 이상되는 역사가 저에게 준 선물일 것입니다. 너무나도 행복해서 지난 몇 년 이내에는 이것만큼 큰 감동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민족의 본래의 모습을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보금자리인 듯했습니다. 물론 단순한 유물이 모든 것을 살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을 통해서 나는 하늘과 땅, 그리고 하늘과 땅과 하나되어 백성을 다스렸던 단군할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교 문화라는 것은 "천신과의 대화"가 기본이라고 할 때, 이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느낄 수 없으면 글자 속에 화석화되어 있는 가르침이 무색할 것입니다. 신라의 화랑은 산과 물을 벗삼아 돌아다니는 것을 수행의 중요한 길로 생각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자연을 느끼고 하나되는 법을 이 사진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몇 년 뒤면 이 태백산의 천제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산 전체를 울리는 절의 염불소리가 다시금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태백산의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고려 때, 김부식과의 일전에서 패했던 승려 묘청은 시조 단군과 석가부처를 같이 모시고 절을 올렸습니다. 오늘날은 절에 칠성각이 있는 이유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리라 믿습니다. 역사는 항상 잘못과 실패를 딛고 새로 태어나는 것이니까요.
적어도 이 곳은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자신이 한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찾는 이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 곳은 영원히 보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안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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