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

개밥그릇 2012. 8. 6. 13:51

십우도(十牛圖), 신심명(信心銘), 증도가(證道歌), 좌선의(坐禪儀) 등 선종에서 유명한 네 권은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다. 이 책의 이름은 《선종 사부록(禪宗四部錄)》. 십우도 저자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고 송나라 때의 곽암 사원(廓庵師遠, 志遠. 확암으로도 발음한다) 스님의 찬회(撰繪)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 이전에는 청거 호승(淸居浩昇) 스님의 12장 목우도(牧牛圖) 송(頌)이 있었다. 이 외에도 보명(普明) 스님의 10장 목우도 송, 불국 유백(佛國惟白) 스님의 8장 목우도 송 등이 있었다. 중국에 가장 많이 유포 된 것으로는 보명 스님의 목우도 송에 운서주굉(雲棲株宏) 스님의 서(序)가 붙은 것이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곽암 스님은 오조 법연(五祖法演?~1104) 스님이 노스님이 되어 대혜 종고(大慧宗杲) 스님과는 종형사제간이다. 굳이 누가 지었다고 밝힐 필요가 없었던 까닭에 그냥 내용만 전해 내려오다가 후학들이 저자를 추적해 본 것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우리나라 심우도는 중국 송나라 때 보명(普明)스님의 심우도와 확암스님의 십우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종류의 그림이 함께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확암스님의 십우도가 법당벽화로 주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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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도는 소를 찾는 과정을 단순하게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본성을 찾아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는 깊고 심오한 禪宗의 사상을 담고 있으며, 그 열 단계의 과정이 나타내는 것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심우(尋牛) - 자기 本心인 소를 찾아 나선다.

2. 견적(見跡) - 소의 자취를 본다.

3.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한다.      

4. 득우(得牛) - 소를 얻는다.

5. 목우(牧牛) - 소를 길들인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를 잊고 안심한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소도 사람도 본래 空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 있는 그대로의 전체 세계를 깨닫는다.

10. 입전수수(入廛垂手) - 중생 제도를 위해 거리로 나선다.

다음 심우도는 승보종찰 송광사의 승보전 벽에 그려진 것이며, 특히 5번째 목우(牧牛)는 마음을 닦는다는 뜻으로, 송광사의 牧牛家風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1. 심우(尋牛)

<頌>

망망발초거추심(茫茫撥草去追尋) 망망한 수풀을 헤치고 소를 찾아 나서니

수활산요로갱심(水闊山遙路更心) 물은 넓고 산은 먼데 길은 더욱 험하다.

역진신피무처멱(力盡神疲無處覓) 힘은 다하고 기력은 지쳐 찾을 길 없는데,

단문풍수만선음(但聞楓樹晩蟬吟) 숲 속 나뭇가지에 매달린 매미 울음소리만 들려오네.

처음 발심(發心)한 수행자가 아직은 선이 무엇이고 본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찾겠다는 열의로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를 상징한다.

 

2. 견적(見跡)

<頌>

수변임하적편다(水邊林下跡偏多) 물가 나무아래 수많은 발자국

방초리피견야머(芳草離披見也麽) 풀을 헤치고 그대는 보았는가.

종시심산갱심처(終是深山更深處) 설령 깊은 산 깊은 골에 있다해도

요천비공즘장타(遼天鼻孔즘藏他) 하늘 향한 그 코를 어찌 감출 수 있겠는가.

순수한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됨을 상징한다.

 

3. 견우(見牛)

<頌>

황앵지상일성성(黃鶯枝上一聲聲) 금빛 꾀꼬리 나뭇가지에서 지저귀고

일난풍화안류청(日暖風和岸柳靑) 햇볕 따사하고 바람 서늘한데 언덕엔 푸른 버들

지차갱무회피처(只比更無回避處) 더 이상 빠져나갈 곳 다시없나니

삼삼두각화난성(森森頭角畵難成) 위풍당당한 쇠뿔은 그리기 어려워라

본성을 보는 것이 눈앞에 다다랐음을 상징한다.

 

4. 득우(得牛)

<頌>

갈진정신획득거(竭盡精神獲得渠) 정신을 다 기울여 소를 잡았으나

심강역장졸난제(心强力壯卒難除) 힘세고 마음 강해 다루기 어려워라.

시유재도고원상(有時재到高原上) 어느 때는 높은 산상에 이르고

우입연운심처거(又人煙雲深處居) 어느 때는 깊은 구름 속을 헤매네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見性이라고 하며, 땅 속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금강석을 찾아낸 것에 비유한다.  이때의 소는 검은색을 띤 사나운 모습으로 그려지며, 아직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三毒)에 물들어 있는 거친 상태임을 상징한다.

 

5. 목우(牧牛)

<頌>

편색시시불리신(鞭索時時不離身) 채찍과 고삐를 늘 떼놓지 않음은

공이종보입애진(恐伊縱步入埃塵) 멋대로 티끌세계로 들어 갈까봐.

상장목득순화야(相將牧得純和也) 잘 길들여 순화되면

기쇄무구자축인(羈銷無拘自遂人) 고삐잡지 않아도 스스로 사람을 따르네.

삼독의 때를 지우는 단계로, 선종에서는 이 과정을 가장 중시한다. 이때의 소는 길들이는 정도에 따라 검은색이 차츰 흰색으로 바뀌어 간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頌>

기우이려욕환가(騎牛이麗欲還家) 소를 타고 집으로 가노라니

강적성성송만하(羌笛聲聲送晩家) 오랑캐 피리소리 저녁 노을 속에 울린다.

일박일가무한의(一拍一歌無限意) 한 박자 노래 한 곡마다 한량없는 뜻이 담겨있으니

지음하필고진아(知音何必鼓진牙) 곡조를 아는 이가 어찌 헛된 말하리.

동자가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며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정경을 그리고 있다. 이때의 소는 전체가 완전한 흰색을 띠고 있다. 소와 동자가 일체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며,  구멍 없는 피리에서 나오는 소리는 깊은 마음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본성의 소리를 의미한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頌>

기우이득도가산(騎牛己得到家山)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우야공혜인야한(牛也空兮人也閑) 소는 없어지고 사람은 한가롭다.

홍일삼간유작몽(紅日三竿猶作夢) 붉은 해 높이 솟아도 오히려 꿈이니

편승공돈초당간(鞭繩空頓草當間) 소용없는 채찍은 띠집 사이에 두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애써 찾은 소는 간 데 없고 자신만 홀로 남은 상태를 표현한다. 결국 소는 본성을 찾기 위한 방편이었고, 이제 고향집으로 돌아왔으니 그 방편은 잊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는 뗏목을 타고 피안에 도달했으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頌>

편삭인우진속공(鞭索人牛盡屬公) 채찍과 소 사람 모두 공 하니,

벽천요활신난통(碧天遠闊信難通) 맑고 푸른 하늘 멀고 넓어 소식 전하기 어렵구나.

홍로염상쟁용설(紅爐焰上爭容雪) 붉은 화로의 불꽃이 어찌 흰눈을 용납 하리오.

도차방능합조종(到比方能合祖宗) 이 경지에 이르러 비로소 조사의 마음과 하나가 되도다

소도 자신도 모두 잊어버린 상태를 원상으로 그리고 있다. 객관이었던 소를 잊었으면 주관인 동자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주관과 객관이 분리되기 이전의 상태를 상징한다. 이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이라고 일컫는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頌>

반본환원이비공(返本還源己費功) 근원으로 돌아가 돌이켜보니 온갖 노력 기울였구나

쟁여직하약맹룡(爭如直下若盲聾) 차라리 당장에 장님 귀머거리 같을 것을

암중불견암전물(庵中不見庵前物) 암자에 앉아 암자 밖의 사물을 보지 않으니

수자망망화자몽(水自茫茫花自紅) 물 절로 잔잔하고 꽃 절로 붉구나

주관과 객관의 구별이 없는, 즉 있는 그대로 비치는 자연의 경지를 표현한다. '산은 산, 물은 물' 그대로의 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 경지이다.

 

10. 입전수수(入廛垂手)

<頌>

노흉선족입전래(露胸跣足入廛來) 가슴을 헤치고 맨발로 거리에 서니

말토도회소만시(抹土塗炭笑滿顋) 흙을 바르고 재투성이지만 얼굴 가득한 웃음

불용신선진비결(不用神仙眞秘訣) 신선의 비결 쓰지 않아도

직교고목방화개(直敎枯木放花開) 당장에 마른나무에 꽃이 피게 하는구나

중생 제도를 위하여 석장을 짚고 저잣거리로 나서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중생 제도에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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