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탄허스님
개밥그릇 2012. 1. 1. 15:47삶과 죽음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난 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삶과 죽음일 것이다. 즉 생사문제야말로 무엇보다 앞선 궁극적인, 그리고 이 세상에서 몸을 담고 살아가는 동안 기필코 해 내어야 할 중심문제이다. 인간의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종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불교에서는 생사문제를, 쉽게 말해서 이렇게 해결한다. 즉 마음에 생사가 없다고. 부연하면, 마음이란 그것이 나온 구멍이 없기 때문에 죽는 것 또한 없다. 본디 마음이 나온 것이 없음을 확연히 갈파한 것을 도통했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어디든 찾아보라. 마음이 나온 구멍이 있는지. 따라서 나온 구멍이 없으므로 죽는 구멍도 없다.
그러니까 도가 철저히 깊은 사람은 이 조그만 몸뚱아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어리석은 중생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천년만년 살고 하지, 도인*성인은 굳이 오래 살려 하지 않는다. 죽는 것을 헌옷 벗는 것이나 한 가지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굳이 때묻은 옷을 오래 입으려고 하지 않는다.오래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뭇 중생들의 우견일 따름이다.
도를 통한 사람은 몸뚱아리를 그림자로밖에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삶은 간밤에 꿈꾸고 다는 것이나 같이 생각한다고 할까. 간밤 꿈꾸고 다닌 사람이 꿈을 깨고 나면 꿈속에선 무언가 분명히 있었긴 있었느나 헛것이든 그렇게 삶을 본다. 이와 같은 것이어서 이 육신을 굳이 오래 가지고 있으려 하지 않는다. 벗으려고 들면 향한대 피워 놓고 향 타기 전에 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생에겐 나서 멸말이 있고 몸뚱이엔 나고 죽음이 있으며 일년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세계엔 일었다가 없어짐이 있으나 앞서 말한대로 도인에겐 생사가 붙지 않는다. 혹자는 그 도인도 죽는데 어찌 생사가 없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그것을 겉을 보고 하는 소리일 따름이다. 옷 벗는 것 보고 죽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사람들이 이 '옷'을 자기 '몸'으로 안다. 그러니까 '죽는다'. 그러면 도인이나 성인은 무엇을 자기 몸으로 생각하는 걸까. 몸밖의 몸,육신밖의 육체를 지배하는 정신, 좀 어렵게 말하면 시공이 끊어진 자리, 그걸 자기 몸으로 안다. 시공이 끊어진 자리란 죽으나 사나 똑같은 자리, 이 몸을 벗으나 안 벗으나 똑같은 자라. 우주 생기가 전의 시공이 끊어진 자라,생사가 붙지 않는 자리란 뜻이다.
부처란 이 '자리'를 가르쳐 주기 위해 오셨다. 이 세상의 한 마당 삶이 '꿈'이란 걸 가르쳐 주기 위해서 온 것이다. 더웁고 춥고 괴로운 경험을 꿈속에서 했을 것이다. 꿈을 만든 이 육신도 일점도 안 되는 공간에 누워 10분도 안 되는 시간의 꿈속에서 몇 백 년을 산다. 그리고 보면 우주의 주체가 '나'라는 것을 알 것이다. 곧 '내'가 우주를 만드는 것이다. 우주 속에서 내가 나온 것이 아니다. 세간의 어리석은 이들이 꿈만 꿈인줄 안다. 현실 이것도 꿈인 줄 모르고. 다시 말하거니와 성인이 도통했다는 것은 이 현실을 간밤의 꿈으로 보아 버린 것을 말한다.
우리는 간밤 꿈만 꿈으로 보고, 현실을 현실로 보니까 몇 백년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 싶다며 아둥바둥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의 눈엔 현실이 꿈, 즉 환상이니까 집착이 없다. 그러니까 천당 지옥을 자기 마음대로 한다.
이 정도로 말해 놓고 나서 우리의 삶이 영원하다면 영원하고 찰나로 보면 찰나일 수 있다고 하면 좀 수긍이 될지 모르겠다. 요컨대, 우주창조주 즉 하느님이라는 건 우주가 생기기 전의 면목을 타파한 걸 '하느님'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이란 하늘 어느 한 구석에 담요를 깔고 앉아 있는 어떤 실재인물이 아니란 말도 이해가 될 것이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살아가야 할까.
내 얘기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한반도에 태어나 젊은이라면 3천만, 5천만의 잘못을 나의 잘못으로 즉 나 하나의 잘못을 3천만, 5천만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 무슨 문제에 부딛치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준비를 갖추며 살일이다.
청년은 그런 자신을 길러야 한다.
1977, 탄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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