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언종 개조 ‘쿠우카이’ 이해의 기본서 정천구박사 譯 ‘삼교지귀’,

종교정신과 道/불교 2015. 6. 29. 17:39

日 진언종 개조 ‘쿠우카이’ 이해의 기본서
정천구박사 譯 ‘삼교지귀’, ‘변현밀이교론’

2013-01-11 (금) 16:24

모지현기자 | momojh89@gmail.com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시기는 7세기였다. 원측(圓測, 612-696)·원효(元曉, 617-686)·의상(義湘, 625-702) 등 기라성 같은 고승들이 등장해 불교학을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면서 풍부한 저술들을 남기고, 이것을 철학적 토대로 삼아 통일국가의 위업을 이뤘을 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불교국가의 면모를 갖추면서 중국과 대등해질 수 있었던 때였기 때문이다. 일본도 헤이안시대가 시작되면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불교학의 시대를 맞았다. 바로 그때 활약한 고승들이 사이쵸오(最澄, 767-822)와 쿠우카이(空海, 774-835) 등이었다. 특히 쿠우카이는 당나라에서도 막 꽃을 피운 밀교를 도입해 일본 진언종(眞言宗)의 개조개 됐다.


진언종은 단순히 하나의 종파가 아니다. 8세기 이후에 중국과 한국에서는 사라진 밀교를 지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철학과 종교 등 각 방면에 깊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일본의 토착신앙인 신토(神道)에 깊은 영향을 끼쳤고, 12세기에 성립한 선종(禪宗)에도 밀교는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면에서 일본불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 진언종 또는 밀교를 제쳐둘 수가 없다. 따라서 쿠우카이의 저술들이 번역되는 일은 일본불교사 연구에서 가장 긴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쿠우카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에서 그의 주요 저작들을 곧바로 번역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먼저 선택한 것이 <삼교지귀(三敎指歸)>와 <변현밀이교론(辨顯密二敎論)>이다. <삼교지귀>는 유교와 도교에 대해서 불교의 우위를, <변현밀이교론>은 현교의 각 종파들에 대해서 밀교 또는 전언종이 가장 우위에 있음 논증한 글이다. 이 둘은 쿠우카이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글이다. 쿠우카이의 사상이 집약돼있다고 하는 <비밀만다라십주심론(秘密曼茶羅十住心論)>(줄여서 ‘십주심론’이라 흔히 일컫는다)을 이해하기 앞서 읽어야할 것이 <변현밀이교론>이고, 또 쿠우카이의 시와 글들을 모아 엮은 <성령집(性靈集)>의 높은 문학적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삼교지귀>를 참조해야 한다.





<삼교지귀>는 쿠우카이가 세속의 학문을 배우고 익혀서 벼슬길로 나아가려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불교를 선택한 과정에서 지은 글이다. 쿠우카이의 나이 스물네 살 때의 글이다.


<삼교지귀>는 유교와 도교, 불교 삼교를 대표하는 허구적 인물, 즉 유교를 대표하는 구모(龜毛, 거북의 털) 선생, 도교를 대표하는 허망 은사(虛亡隱士), 불교를 대표하는 가명 걸아(假名乞兒)를 각기 내세워 이들로 하여금 토각공(兎角公, 토끼뿔)과 질아(蛭牙, 거머리의 이빨) 공자 등을 설득해 깨우치게 하는 논의를 펴는 방식으로 구성돼있다.


그 과정에서 유교와 도교, 불교의 기본적인 교리가 제시되는데, 먼저 구모 선생이 유교의 가치와 의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어 허망 은사가 세속적인 욕망의 허망함을 말하면서 도교가 유교보다 더 우위에 있음을 논증하며, 마지막으로 가명 걸아가 나타나 유교와 도교는 불교에 견주면 태양 앞의 반딧불에 지나지 않음을 아주 자세하게 설고했다. 삼교의 우열에 대한 논의는 중국에서도 있었지만, 쿠우카이의 <삼교지귀>는 희곡적 구성을 통해 삼교의 우열을 논하고 있어 한문학적으로 그 의의가 높다. 특히, <문선(文選)>의 글이나 <포박자(包朴子)>, <예기(禮記)> 등 갖가지 문헌들을 종횡으로 인용하고 있어 쿠우카이의 문장력과 식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쿠우카이는 804년에 견당사 일행의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서 당시 밀교의 종장이었던 혜과(혜과(惠果), 746-805)를 만나 그로부터 밀교의 모든 것을 전수받았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밀교의 종지를 터득하고 갖가지 밀교의 경전과 의궤 등을 구해서 일본으로 돌아온 쿠우카이는 오로지 밀교를 널리 전하는 데에 힘썼다. 그리하여 코오야산(高野山)을 일본 진언종의 본산으로 만들면서 진언종을 가장 강력한 종파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쓴 글이 바로 <변현밀이교론>이었다. 이는 각 종파들이 내세우는 경전들과 교의들은 역사적 부처인 석가모니의 설법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밀교는 법신불이 가르쳐준 가장 미묘하고 심오한 교리를 토대로 한다는 것을 주장한 글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능가경(楞伽經)>을 비롯해서 <석마하연론(釋摩詞衍論), <대지도론(大智度論)>,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등 화엄종이나 천태종, 법상종, 삼론종 등에서 중시하는 논서들을 자유자재로 인용하고 있어서 그의 높은 식견을 엿보게 해준다.


저자 쿠우카이

시호는 코오보보대사(弘法大師)이며, 일본 진언종의 개조이다. 18세에 대학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허공장구문지법(虛空藏求聞持法)>에 대해 듣고 불교에 귀의했다. 정식 수계를 받지 않고 사사로이 출가했으나, 804년에 견당사 일행과 함께 당나라에 건너가 당시 청룡사에 주석하고 있던 밀교의 종장 혜과를 만나 밀교의 종지를 전수받았다. 806년에 귀국했으며, 가지고 온 경전들과 물품들의 내역을 적은 <어청래목록>을 조정에 바쳤다. 아무런 배경도 없었던 쿠우카이는 사가 천황 및 귀족들의 후원으로 밀교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얻다가 816년에 코오야산을 개창했고, 823년에는 토오지를 하사받아 진언종의 근본 도량으로 삼았다.


역자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사상, 종교 등을 비교 연구하면서 중국 고전들과 일본의 불교학 문헌들을 번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맹자독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차의 책>, <동양의 이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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