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의 역할
종교정신과 道 2011. 10. 12. 15:30본 칼럼의 독자이신 의식의 스펙트럼님과 여전사님의 재미있는 논쟁의 제2라운드가 끝났다. 논쟁의 핵심은 용과 봉의 문제인데 과연 어느 분 말이 옳을까? 사실 이런 논쟁은 말로는 백날 해봤자 결판 안난다. 사실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쪽 말도 맞는 것 같고 저쪽 말도 맞는 것 같다. 물론 용봉논쟁은 단순히 봉황은 여자를 상징한다 하는 식이 아닌 역사적 맥락을 좀 더 추적해 들어가야 한다. 필자는 봉황은 우리 민족이, 용은 중국 민족이 천자의 상징으로 주로 사용했다고 알고 있다(자세한 것은 용봉문화원류를 참고하시라). 이렇게 본다면 봉이 꼭 여성을 상징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본다면 약간 억지주장인 감도 든다.
그런데 필자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용봉이라고 상징하는 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존재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용봉은 각각 물과 불울 상징한다. 물과 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두 자연물이다. 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며칠 못가서 죽는다. 불이 없어도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한다. 사람 몸이 뜨거운 것도 속에 불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변화의 원리에 따르면 지구상의 물과 불은 하늘에서 왔다. 지상의 초목은 물과 불의 교호작용을 받아 싹을 틔우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동물은 그 초목을 먹고 살거나 초식동물을 먹고 산다. 그러니 결국은 수화작용에 의해 생성된 초목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초목은 겨울이 되면 생명의 씨앗을 깊이깊이 간직하고 있다가 새봄이 오면 다시 한살이를 되풀이한다. 인간도 초목과 같이 물불의 절대적인 영향권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인간이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해도 며칠먼 물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인체는 굉장히 정교한 시스템으로 돌아가지만 그것도 지구 환경이 인체가 잘 돌아가게끔 적당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지 절대 인간이 잘 나서 생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유지시키는 데에는 불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초목은 온기가 없으면 싹을 틔우지 못한다. 그리고 불은 물을 순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태양의 열기가 땅으로 내려오면 지상의 물기는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가 적당한 조건이 되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오르고 내리고 하는 작용을 되풀이함으로써 만물이 생육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불은 올라가야만 하고 물은 아래로 흘러야만 하는데 이리 된다면 양자가 만날 수가 없게 된다. 수화가 교류하지 않으면 만물이 생육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자연은 수승화강이라는 절묘한 방법을 택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태양열이 지상에 내려오는 것은 화강작용이 될 것이며,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은 수승이 된다. 이처럼 수승화강이 순조롭게 되풀이되면 초목이나 뭇생명도 더불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계의 수승화강하는 시스템이 인체에도 똑같이 갖추어져 있다. 인체를 보면 태양(불)과 같은 장기로 심장이 있다. 그리고 물과 같은 장기로 신장이 있다. 태양이 위에 있듯이 심장도 인체에서는 위에 위치하며 물이 지상에 있듯이 신장도 아래에 위치한다. 자연계의 모습을 그대로 타고났기 때문에 인간도 체내에서 수화의 교류가 일어나야 한다. 네델란드의 한 유명한 의사가 장생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해서 책을 하나 남기고 죽었다. 비싼 값을 치르고 그 책을 산 어떤 사람이 책을 펼쳐보니 아래와 같은 단 한 문장만 쓰여 있더라고 한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유지하려면 수승화강이 되어야 한다. 수승화강이 되지 않으면 위에 있는 불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발이 따뜻할리 만무하다. 그리고 아래 있는 물이 올라가지 않으면 머리가 시원할리 만무하다. 배와 발은 아무리 뜨거워도 관계없고 머리는 아무리 차워도 무방하다. 그러나 반대가 되면 그 사람은 오래 못산다. 머리가 항상 열이 나서 뜨끈뜨끈하고 발은 항상 차가워봐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조만간 황천행 티켓을 끊어야 할 것이다.
인체에도 자연계에서 보듯이 그런 수화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자연계 특히 초목의 생장을 놓고 볼 때 물과 불은 하는 역할이 전혀 다르다. 물은 생명의 싹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물기를 머금고 있어야 초목은 생장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싹을 틔우는데는 불도 있어야 하며 또 불이 없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된다.
초목은 봄까지는 고만고만하게 자라다가 여름이 되면 대기에 가득찬 뜨거운 염열을 쬐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열매도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단맛이 들면서 결실의 과정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계속 불로 태우기만 해서도 안된다. 가끔씩 비가 와서 열기도 식혀주어야 한다. 이처럼 물이 불이 혹독한 시련을 선사한다면 물은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도 엄부자모 밑에서 자라야 제대로 인성이 발현되는 것도 자연계의 이치와 매한가지다. 요즘 애들 키우듯이 부모가 맨날 오냐오냐 하면서 키우면 싸가지 없을 뿐만 아니라 유약한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한마디로 자식농사 헛짓는 것이 된다. 그러나 부모가 물과 불의 역할을 적절하게 한다면 자식은 훌륭하게 자라나게 된다.
필자는 여전사님과 의식의 스펙트럼님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용봉이 남자냐 여자냐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건 물증을 들이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의 가치관 문제일 따름이다. 그렇지만 옛 사람이 용봉을 하늘의 대행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천자의 상징으로 여겨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용봉을 단순히 남녀의 상징으로 보는 견해를 그대로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용봉을 천자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물과 불이 인간의 생명작용을 좌우하듯 천자 또한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존재로 여긴다는 천자 존숭의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대통령의 상징으로 봉황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봉황을 대통령의 상징으로 제정한 사람이 그런 역사적 맥락도 모르고 그냥 썼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봉황이 옛날에는 천자의 상징임을 알았기 때문에 그걸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상징으로 삼은 것 아닌가!
- 안담울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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