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의 인연 (1)

개밥그릇 2011. 10. 12. 15:34


Kathmandu Valley Sunset
Kathmandu Valley Sunset by MikeBehnken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진리에는 참으로 그 인연이 있다.
 

아주 가끔씩 내 정신이 되살아날 때,
내가 증산도를 만난 것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내가 증산도를 하기 전에 내 친구중 몇 명이 증산도인이었다.

나는 참으로 운수좋은 놈이었는데, 그 눈 씻고 찾아도 보일까 말까하는 증산도인들이 내게 덕을 나눠주는 친구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뭔가 약간 달라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약간의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긴 하지만.. 그건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일 뿐이었다.
일상에서 약간의 초월의 느낌.. 약간 다르다는 느낌.
그것은 그냥 좋게 말하면 다르다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가끔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면 식사하기 전에 기도를 진중하게 하곤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인들이 기도할 때와는 좀 다른 걸 느꼈다.
솔직 담백한 그 어떤 것이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또 맹목적으로 빠져서 하는 것이 아닌 그 모습이 좋았다.


RAMAZAN (RAMADAN) KARIM
RAMAZAN (RAMADAN) KARIM by ღßẲŁĘĘღ»سبــحأن الله« 저작자 표시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가게 되었다.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는 그런 사이였던 우리는 인사를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느끼지 않았다.
우연히도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서 나오는 길에 친구를 보게 되었다.
대학 4년 동안 그래도 아주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인간적으로 나에게 정을 붙여 대해주었던 친구..
친구를 두고 가기가 참 아쉬었다.


뭔가 가슴을 짓누르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악수한 손을 빼서 뒷모습을 나누어야 했다.

나중에 인연되면 다시 보겠다는 말로 위로하고.. 
우리는 쉽게 헤어졌다.
나는 다시는 별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저 그 친구가 하던 증산도라고 하던 어색하고 틀에 맞지 않는 신기한 느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내 기억 속에서는 잊혀졌다.



"Long Black Train" by cindy47452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나는 다시 나의 바쁜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학 4학년 말기 복잡한 입시와 시험과 숙제의 질곡에서 너무도 힘들었던 나는 잠시 쉬지도 못하고,
서울에서의 새 생활을 위해서 떠나야만 했다.
새 생활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던 나는 당시로서는 거금을 들여서 모험을 하기로 했다.
밖으로 돌아다니던 경험이 없는 내게 혼자서 동해안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 무작정 청량리역의 밤열차를 탄 것이다.
강릉 앞바다의 장대한 바다를 보면서..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
컴퓨터 전자파의 세계 속에 파묻혀 살다가 장대한 바다의 품을 느껴보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비록 해는 뜨지 않았지만, 구름 속에 파묻혀 있을 장려한 햇빛이 내 마음 속에는 더욱 밝게 빛나는 듯 했다.
1월 3일의 매서운 찬바람이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20년 세월의 인생의 역사가 한 순간 정리되는 듯 했다.
차가운 바다바람이 머리를 맑혀주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It is a Wonderful World
It is a Wonderful World by ecstaticis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리고는 긴장되는 새로운 곳에서의 일상들을 일구어가고 있었다.
대학원 석사 1학기.. 새로운 곳에서의 삶 하나하나가 힘들고 어색했고.. 앞으로의 일정들이 불분명해보였고, 나의 능력이 의심스러웠다.
그렇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생각보다 과대한 삶이 고맙기만 했다.

그러던 중 어쩌다 길거리도인들에 붙잡혀 증산 상제님을 알게 되고.. 회의하던 중....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는 얼굴,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며칠 뒤 만날 기회가 생겼다.

(다음에 계속...)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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