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에의 인연 (2)

개밥그릇 2011. 10. 12. 23:10






대학원 합격해서 서울에 올라갔을 때가 벌써 십수년전이다. 

지방 촌놈이 서울에 가서 살려니 인간도 많고 공기도 탁하고 적응하기 힘든 대학원 생활에 

처음에 약간의 방황을 했던 것 같다. 


서울에 가서 처음으로 본 것이 길가에 "도에 관심있습니까?"하고 물어오는 사람들이었다. 

너무나도 신기한 것이 도대체 어떤 도를 닦는지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사람들을 잡아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이상하기에 처음에 다 피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토요일은 여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군자역에서 2호선에서 5호천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통로를 지나고 있는데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근 아가씨가 뜬금없이 "복이 있어보이네요." 하고 물어온다. 


여지없이 "도에 관심있습니까?"하는 사람인데, 

그날따라 물어보고 싶어졌다. 

대학원 시험 보기 전에 아버지가 사주를 봤는데, 

사주쟁이가 "아들이 복이 있어서 합격할 것"이라 했다는 것이 머리 속에 걸렸다.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그렇게 말하세요?"하고 내가 물어봤다. 

그런데 동양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εntropyıng ın-bεtwεεn Camεra▲Obscura . .
εntropyıng ın-bεtwεεn Camεra▲Obscura . . by jef safi (writin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날 따라 저녁에 특별히 할일이 없는지라 한번 가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여지없이 거기는 "대순진리회 연락소"였는데, 

당시 나는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어디 빌라 한칸을 차려서 방을 여러개로 나누고, 

나는 가운데 작은 상이 있는 방으로 인도되었다. 

젊어 보이는 아저씨와 마주하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아가씨는 그 옆에 앉아서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후로 한두시간 뭔가 설명을 한참 해쌌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떠들고 있었다.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가씨는 무심히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머리 속에 남는 내용도 하나 없고 

뭐에 홀렸는지... 이윽고 한복을 입고 흔히 말하는 시운치성을 올렸다. 

이상 이야기는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대순진리회 수기와 전혀 똑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대한민국에 이런데가 있다는게 신기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다음날인가에는 봉고차를 타고 어디론가 따라갔었는데, 

그들이 말하는 "여주도장"이었다. 

거기에 도착해서야 그곳이 대순진리회인지 알 수 있었다. 

작은 문패 하나에 '대순진리회'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ıntεrprεtεd▲composεd rεsılıAncεs . .
ıntεrprεtεd▲composεd rεsılıAncεs . . by jef safi (writin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며칠이 지나면서 나는 그곳에 대한 약간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우주 1년을 말한다는 것, 상제님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주문을 열심히 읽는다는 것. 

여자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한가지 더 알게 된 것은 증산도라는 단체와 하는 

이야기가 '얼핏' 똑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똑똑한 몇 사람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왜 신앙을 하는지, 증산도와 차이는 무엇인지... 등등 


증산도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의 질문에 

(나중에 알게 된 그곳의 모범답안이었지만) 증산도는 책이나 쓰는데고, 

자기들이 실제로 일을 한다는 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신앙을 하는지... 3명에게 물어봤는데, 

세명 모두 "도통을 하기 위해서 신앙을 한다"는 답을 전해주었다. 

나는 그 답에서 이곳이 정신병자이거나 과대망상증 환자들의 집단으로 판단했다. 


그 후에 증산도에 대해 좀 더 궁금증을 갖게 됐고, 

증산도 본부에서 종도사님 종정님 말씀을 듣고, 

입도해서 지금까지 신앙을 하고 있다. 



ENLIGHTEN THE WORLD
ENLIGHTEN THE WORLD by fabiogis50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내 스스로도 교만하기도 하고, 인생에 대해서, 개인적인 문제로 방황도 많이 했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은 생각이 있다면 

'도통병'이라는 헛된 욕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진리가 옳고 틀리고를 떠나서 

인간의 성장의 과정은 공통점이 있다. 

낳고 자라고 거두고 휴식하는 "생장염장"의 이치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한발짝 한발짝씩 성장을 한다. 

육체도 마찬가지고 영도 마찬가지이다. 

진리의 특성상 이곳은 개벽을 이야기하고, 원시반본을 이야기하고, 후천선경을 이야기 하며, 

시천주와 조화를 이야기 한다. 


김지하가 "우주적 상상력"이라는 망발을 할 정도로 

너무나도 거창한 진리가 되어서 

우주론을 바탕으로 해서 기본 핵심 진리 개념을 정확히 머리 속에 담지 않으면 헛생각을 한다. 


도판의 특성상 도통병 환자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그 의식의 섬세한 틈을 비집고 온갖 사마가 침투하여 

결국은 인간을 바보병신으로 만들어 놓는다. 

스스로 병신이 되는데 저는 모른다. 


제가 아는 수준에서 진리를 해석하고, 

신앙을 하다가 벗어 던진다. 

가구판 노름도수라 게임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 

그러니 열매맺는 사람은 소수가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단 제대로 알고 봐야 한다. 

먼저 제대로 알고 뜻을 세워야 한다. 

"천지의 뜻을 이루는 사람"이 되자는 건데, 

그 뜻을 제대로 혼에 박아 넣어야 한다. 


2011.6.11 


Integration of Light - A5
Integration of Light - A5 by h.koppdelaney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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